[
21은평뉴스=장경근 기자] 이른 아침부터 찜통 더위가 기승을 부린 6일 오전 9시 30분 ‘새절역 숭실고 입구’ 버스정류장 옆에 조성된 쉼터 공간에는 중년의 여성 2명이 더위를 피하고 있었다.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여럿인 것과는 상대적으로 적은 수다.
30도에 가까운 바깥에 비해 실내의 벽걸이 에어컨은 24도를 찍고 있다. 시원함이 피부에 와닿는다. 무더위쉼터가 요즘처럼 절박할 때가 또 있었을까.
전국 500여 개 응급실 의료기관이 신고한 온열 질환자는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4일까지 일주일 동안 모두 685명이다.이는 올해 집계된 전체 온열 질환자(5월 20일~8월 4일) 1,690명의 40.5% 수준이다. 낮 평균 온도가 35도를 웃돌며 온혈질환자가 느는 만큼 에너지 취약계층을 위한 돌봄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6일 폭염 위기 단계를 심각으로 격상하고, 기존의 폭염 쉼터를 확충해 어르신이나 노약자들의 안전을 챙기고 있다. 그러기에는 지자체도 마찬가지이다. 사정이 그런데도 ‘새절역 숭실고 입구’ 버스정류장 옆 쉼터 공간에는 어르신들은 물론 노약자들도 출입을 꺼리고 있다. 마치 박물관 견학을 온 듯 모양새만 훑어보고 스쳐 지나가기 일쑤다.
출입문 뿐 아니라 외부 어디에도 아무런 표식이 없고 안내문도 없는 것과는 달리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면 벽걸이 에어컨이 시원하게 작동하고 있다. 그 밑으로는 기다란 의자가 사방에 놓여있어 잠시 더위를 식히고나갈 수 있는 공간쯤으로 여길 수 있다.

대개의 사람이 눈치를 보면서 들어갔다가 역시 눈치를 보며 나오는 곳… 하다못해 무더위쉼터라는 안내 문구만 부착돼 있어도 누구나 자연스럽게 이용하며 감사한 마음을 가지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여자 어르신 A씨는 "나 말고 다른 사람이 이곳에 처음 들어올 때도 떳떳지 못한 일을 하는 것 같아 조심스럽고 신경이 쓰인단다"며"솔직히 아직도 이 공간이 왜 세워졌고 사용 목적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 "그냥 에어컨에서 찬바람이 나오니 무더위 쉼터려니 하고 들어와 앉아 있다"고도 했다. A씨뿐만 아니라 복수의 이용자들도 버스를 기다리거나 불광천에 산책 나왔다가 무더위를 피할 수 있는 곳이란 것은 알고 있지만 사용하기가 꺼림직하다고 입을 모았다. 쉼터 관리에 불만이 섞여 있는 듯 들리기도 했다.
이용객들의 말처럼 겉이나 안에 단 한 줄의 글귀도 없고 아무런 표식이 없으니 푹푹 찌는 무더위에 연신 땀을 훔쳐내면서도 선뜻 쉼터 안으로 들어가는 사람은 거의 없다. 왜 공공시설물임에도 아무런 표식을 하지 않아 사람들로부터 외면받게 하는 걸까. 왜 다중이 이용할 수 있는 공공의 휴식 공간이자 쉼터를 특정인만 사용하게 한다는 인상이 들 만큼 그냥 두는 걸까.
아직 정체가 불분명한 그 쉼터는 작년 9월 초 불광천문화쉼터 준공식 때 조성됐으니 이제 곧 일 년이 돼간다.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태 안내판이나 표식조차 눈에 띄지 않는 것은 주민의 편익을 외면한 행정 기관의 무심한 처사가 아닌지 자문할 수밖에 없다.
주민을 위해 조성된 시설물이 접근성 있게 더 크게 쓰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애초의 효용가치를 잃게 되면 은평구민 모두의 손실이 아닐 수 없다.
남자 어르신 B씨의 말처럼 "여러 사람을 상대로 하는 게 아니라 특정인만을 고려한 공간이 아니라면 비밀스럽게 운영해야 할 이유가 없지 않겠는가"에 방점을 찍고 싶다. 그리고 언제까지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표지판이나 안내 하나 없이 정체불명의 쉼터로 존재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